“할매!” 산불때 주민들 업어 살린 고마운 외국인 선원…장기거주자격 부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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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의성 산불’ 당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마을에서 고령의 주민들을 업고 대피시켜 목숨을 살린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수기안토(31)씨. 2025.4.1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의성 산불’ 당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마을에서 고령의 주민들을 업고 대피시켜 목숨을 살린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수기안토(31)씨. 2025.4.1 연합뉴스


법무부는 ‘의성 산불’ 당시 주민 대피를 도운 인도네시아 국적 수기안토(31)씨에게 장기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마을에서 선원으로 일하는 수기안토씨는 지난달 25일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지자, 마을 이장 김필경(56)씨, 어촌계장 유명신(56)씨와 함께 주민들을 업고 300m 떨어진 방파제까지 대피시켰다.

당시 마을 주민 약 60명 중 상당수는 집에 머물고 있거나 이미 잠든 상황이었다.

이상한 낌새에 밖으로 나온 김 이장은 선착장에서 오른쪽, 유 계장은 왼쪽, 수기안토씨는 중앙으로 가서 마을 주민을 깨워 대피시켰다.

김 이장은 “빨리 나오라고 방송해도 나오지 않아서 셋이 함께 고함을 치면서 깨우거나 밖으로 나오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수기안토씨는 고령으로 거동이 어려운 주민 7명을 차례로 업고 나왔다.

그는 8년 전 입국한 뒤 줄곧 이곳에서 선원으로 근무한 터라 할머니를 “할매”란 경상도 사투리로 부를 정도로 한국 생활이 능숙한 편이다.

수기안토씨는 “할매가 걸음을 빨리 못 걸으니까 일일이 집에 가서 업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수기안토씨와 같은 마을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 근로자 레오씨도 주민 구조에 일조했다.

그는 어눌한 한국어로 “할머니”를 외치며 대피를 도왔다.

지난달 25일 ‘의성 산불’ 당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마을에서 고령의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킨 인도네시아 국적 근로자 레오씨가 산불 당시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5.4.1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의성 산불’ 당시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마을에서 고령의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킨 인도네시아 국적 근로자 레오씨가 산불 당시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5.4.1 연합뉴스


1일 경정3리를 찾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수기안토씨와 레오씨 등 외국인 선원을 만나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이들의 비자 연장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국자에게 주문했다.

이후 법무부는 김석우 장관 직무대행(차관) 지시에 따라 수기안토씨에게 장기거주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거주 자격은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공익의 증진에 이바지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다.

90일을 초과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장기체류 자격 중 F-2 비자는 현행 법령상 내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기업투자(D-8) 자격으로 3년 이상 체류하면서 미화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 등 그 취득 조건이 까다롭다.

수기안토씨는 8년 전 취업 비자로 입국해 선원으로 일하고 있고, 고국에는 자녀와 부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2020년에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번 산불 관련은 처음”이라며 “자격 부여 결론이 나려면 1~2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화염에 탄 차  27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에 차가 화염에 일부 타 있다. 2025.3.27 연합뉴스
화염에 탄 차
27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해안에 차가 화염에 일부 타 있다. 2025.3.27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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